1. 치매 위험, 얼마나 관리할 수 있을까
2020년 발표된 란셋(Lancet) 치매 위원회 보고서는 전 세계 치매 사례의 약 40%가 열두 가지의 수정 가능한 위험인자와 연관되어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여기서 정확히 짚어야 할 표현이 있습니다. 이는 특정 위험인자를 관리하면 치매가 생기지 않는다는 인과관계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인자 관리와 치매 발생 사이에 통계적 연관성이 관찰된다는 의미입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많은 위험인자가 일상에서 조절 가능한 영역에 있다는 사실 자체는 신경과 전문의 입장에서도 매우 고무적입니다. 지금부터 그 중 일상 관리와 가장 밀접한 핵심 7가지를 살펴보겠습니다.
2. 수정 가능한 핵심 위험인자 7가지
2.1 수면 부족
만성적인 수면 부족은 뇌의 노폐물 청소 시스템인 글림파틱 시스템의 기능을 저하시켜 아밀로이드 축적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근거가 쌓이고 있습니다. 수면 시간이 6시간 미만인 상태가 지속되면 인지 기능 저하 위험이 높아지는 경향이 관찰됩니다. 하루 7~8시간의 규칙적인 수면과 수면무호흡증 관리가 권장됩니다.
2.2 중년기 고혈압
특히 45~65세 중년기의 고혈압은 치매 위험과 강한 연관성을 보입니다. 지속적인 고혈압은 뇌혈관을 손상시켜 백질 병변을 유발하고, 이는 혈관성 치매 위험과도 연결됩니다. 수축기 혈압이 130mmHg를 넘어서는 시점부터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합니다.
2.3 신체활동 부족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은 뇌유래신경영양인자(BDNF) 분비를 늘려 해마의 신경 가소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주당 150분 이상의 중강도 유산소 운동이 인지 기능 유지와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으며, 특별한 운동이 아니더라도 꾸준한 걷기만으로도 치매 위험 감소와의 연관성이 보고됩니다.
2.4 흡연
흡연은 뇌혈관 손상과 산화 스트레스 증가를 통해 신경 건강에 부담을 줍니다. 금연 이후에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관련 위험도가 점차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5 사회적 고립
사회적 교류가 줄어들면 인지적 자극도 함께 줄어들어 인지 예비능(cognitive reserve)이 저하될 수 있습니다. 특히 은퇴 이후 사회적 관계가 급격히 단절되는 시기에 인지 기능 저하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점이 여러 연구에서 지적됩니다.
2.6 과도한 음주
알코올은 신경세포에 직접적인 독성으로 작용할 뿐 아니라, 비타민 B1(티아민) 결핍을 유발해 신경계에 이중으로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주당 14잔 이상의 음주는 치매 위험과의 연관성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2.7 당뇨·인슐린 저항성
최근에는 알츠하이머병을 '제3형 당뇨병'으로 부르는 개념까지 등장했습니다. 뇌 조직 자체의 인슐린 저항성이 알츠하이머병 병리와 연관되어 있다는 가설로, 혈당 조절이 뇌혈관 건강과 신경세포의 에너지 대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근거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 7가지 수정 가능한 위험인자
- ① 수면 부족 · ② 중년기 고혈압 · ③ 신체활동 부족
- ④ 흡연 · ⑤ 사회적 고립 · ⑥ 과도한 음주 · ⑦ 당뇨·인슐린 저항성
3. 인지 예비능(Cognitive Reserve)이라는 완충 장치
교육 수준, 지적 활동, 사회적 교류가 활발할수록 뇌는 더 높은 '인지 예비능'을 갖추게 됩니다. 흥미로운 점은, 동일한 정도의 뇌 병리가 있어도 인지 예비능이 높은 사람일수록 증상이 더 늦게, 더 약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사람들과 어울리고, 손을 사용해 무언가를 만드는 활동 — 이 모든 것이 인지 예비능을 쌓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4. 신경과 전문의의 시각
40~50대에 시작하는 뇌 건강 루틴이 60~70대의 인지 기능 상태를 상당 부분 좌우한다는 것이 신경과 진료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는 사실입니다. "나이가 들면 당연히 치매가 온다"는 생각이야말로 가장 관리하기 어려운 위험인자일지 모릅니다. 위에서 소개한 7가지 위험인자 중 지금 내가 관리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 주요 참고 문헌
- Livingston G et al. (2020). Dementia prevention, intervention, and care: 2020 report of the Lancet Commission. Lancet 396(10248):413-446
- Norton S et al. (2014). Potential for primary prevention of Alzheimer's disease. Lancet Neurology 13(8):788-794
- Stern Y (2012). Cognitive reserve in ageing and Alzheimer's disease. Lancet Neurology 11(11):1006-1012
- Ngandu T et al. (2015). A 2-year multidomain intervention to prevent cognitive decline. Lancet 385(9984):2255-2263
함지현
함지현 원장, 신경과 전문의
-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출신
- 대한신경과학회 정회원
- 대한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 학회 정회원
- 대한기능의학회 정회원
※ 본 내용은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인 진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