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운동증이란 무엇인가

파킨슨 약을 드신 지 몇 년이 지나면 예상치 못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약이 작동하고 있는 시간에—즉, 몸이 가장 잘 움직이는 상태에서—팔이나 다리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물결치듯 흔들리거나 꿈틀거리는 것입니다. 이것을 이상운동증(dyskinesia)이라 합니다.

중요한 점은 이 증상이 약이 너무 없어서가 아니라, 도파민 자극이 너무 불규칙하게 들어와서 뇌가 과잉 반응하는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가

파킨슨병의 진행과 함께 뇌의 도파민 신경세포 수가 점점 줄어듭니다. 초기에는 남아 있는 신경세포들이 레보도파를 흡수해 저장했다가 안정적으로 방출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초기에는 하루 종일 약효가 비교적 균일하게 유지됩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도파민 신경세포가 많이 감소하면 저장 능력이 줄어듭니다. 약을 먹으면 혈중 도파민이 급격히 오르다가 빠르게 떨어지는 패턴이 반복됩니다. 뇌는 이 불안정한 도파민 파동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도파민이 급상승하는 순간 과하게 반응하게 됩니다. 그것이 이상운동증입니다.

ON 상태와 OFF 상태 이해하기

✅ ON 상태 — 약이 작동 중

몸이 잘 움직이고, 경직이 풀리고, 떨림이 줄어든 상태. 이 시간에 이상운동증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 OFF 상태 — 약효 소진

몸이 다시 뻣뻣해지고, 느려지고, 떨림이 돌아오는 상태. 다음 약 시간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레보도파를 장기 복용하면 이 ON과 OFF 전환이 점점 더 빠르고 뚜렷해집니다. 이상운동증은 ON 상태에서 도파민이 과잉으로 작용할 때 나타납니다.

이상운동증이 나타나면 약을 끊어야 하나

절대 아닙니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메시지입니다. 이상운동증이 나타났다고 약을 줄이거나 끊으면, 파킨슨 증상이 심해져 일상생활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이상운동증은 "약을 더 정밀하게 조절해야 한다"는 신호입니다.

약을 조절하는 방법들

복용 방법 최적화

한 번에 많은 양을 드시던 것을 소량으로 나눠 자주 복용하면 도파민 농도 변동 폭을 줄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하루 3회에서 4~5회로 나누고 한 번 용량을 줄이는 방식입니다. 약효가 더 안정적으로 유지됩니다.

서방형 제제 활용

천천히 흡수되는 서방형 레보도파를 사용하면 혈중 도파민 농도가 급격히 오르내리는 것을 완화할 수 있습니다. 특히 야간 및 이른 아침 OFF 관리에 유용합니다.

병용 약물 추가

도파민 효능제, MAO-B 억제제 등을 함께 사용하면 레보도파 용량을 낮추면서도 도파민 지원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도파민 자극을 더 균일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아만타딘

이상운동증 자체를 줄여주는 약으로, NMDA 수용체 길항제 기전을 통해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상운동증이 심한 경우 추가 고려 대상입니다.

뇌심부자극술(DBS)

약물로 조절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 수술적 관리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뇌심부자극술은 이상운동증과 ON/OFF 변동 모두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적합한 환자에서 삶의 질을 크게 개선할 수 있습니다.

보호자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 — 기록

이상운동증 조절의 핵심은 약의 종류·용량·시간을 얼마나 세밀하게 맞추느냐입니다. 이를 위해 보호자가 기록해 주시면 외래 진료에서 훨씬 정밀한 약 조절이 가능합니다.

진료에 도움이 되는 기록 3가지

  • 약 복용 시간 — 매번 정확히 기록
  • 이상운동이 나타난 시간과 부위 — 팔인지 다리인지, 약 복용 후 몇 분 뒤인지
  • OFF가 온 시간 — 몸이 다시 뻣뻣해진 시작 시간

미리 할 수 있는 것들

이상운동증은 예방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초기부터 레보도파 용량을 가능한 낮게 유지하고 다른 약과 병용하는 전략이 도움이 됩니다. 규칙적인 운동이 도파민 시스템의 안정성에 기여한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식사 시간 관리도 중요합니다. 단백질이 레보도파의 소장 흡수를 방해할 수 있어, 약 복용 시간과 고단백 식사 사이에 30분~1시간 간격을 두는 것이 약효 안정성에 도움이 됩니다.

이상운동증은 끝이 아닙니다. 반드시 담당 신경과 전문의와 상의하여 개인에 맞는 조절 방법을 찾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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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H

신경과 전문의 · 연세대 세브란스 출신 · 뇌·통증·기능의학 전문 · NervLock 설립자

대한신경과학회 정회원 · 대한 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 학회 정회원 · 대한기능의학회 정회원. 본 칼럼은 의학적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인 진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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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신경과 전문의 함지현 원장이 직접 작성하였습니다.

  • 연세대 세브란스 출신 신경과 전문의
  • 대한신경과학회 정회원
  • 대한 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 학회 정회원
  • 대한기능의학회 정회원

※ 본 내용은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인 진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