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떨림보다 먼저 오는 신호들

신경과 전문의로서 매일 환자분들을 만나며 느끼는 것이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손이 떨리기 훨씬 전부터 몸이 보내는 신호를 그냥 지나쳐 왔다는 사실입니다. 후각이 떨어진 것을 나이 탓으로, 잠자리가 불편해진 것을 스트레스 탓으로, 변비가 심해진 것을 식습관 탓으로 넘깁니다. 이 신호들을 조금 더 일찍 알아챌 수 있다면, 더 빠르게 대비할 수 있습니다.

왜 초기 신호가 중요한가

파킨슨병은 뇌의 도파민 신경세포가 서서히 소실되는 질환입니다. 손떨림 같은 운동 증상이 나타날 때쯤이면 이미 뇌의 흑질(Substantia Nigra)에 있는 도파민 세포의 60~80%가 손상된 상태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운동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이미 신체는 다양한 방식으로 이상을 알리고 있습니다. 초기 신호를 이해하고 빠르게 확인하는 것이 장기적인 삶의 질 관리에 실질적인 차이를 만듭니다.

핵심 사실: 손떨림이 나타날 시점에는 이미 도파민 세포의 60~80%가 손상된 상태입니다. 초기 비운동 증상이 먼저 나타나는 이유입니다.

초기 신호 1 — 후각이 떨어졌다

파킨슨 환자의 약 70~90%에서 후각 저하가 나타납니다. 이 증상은 운동 증상보다 평균 10년 이상 앞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음식 냄새가 예전 같지 않다, 꽃향기가 잘 안 맡아진다는 변화를 단순히 나이 탓으로 넘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별한 원인 없이 후각이 갑자기 또는 서서히 저하되었다면, 신경과적 확인이 필요한 신호일 수 있습니다.

초기 신호 2 — 잠자다 소리를 지르거나 발길질을 한다

이것을 REM수면행동장애(RBD, REM Sleep Behavior Disorder)라고 합니다. 꿈을 꾸는 동안 몸이 꿈의 내용을 그대로 따라 움직이는 것입니다. 소리를 지르거나, 팔다리를 휘두르거나, 침대에서 떨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RBD 환자의 80~90% 이상이 10~15년 내에 파킨슨병 또는 유사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진행됩니다. 배우자나 가족이 먼저 알아채는 경우가 많은 만큼, 이런 증상이 있다면 단순한 잠버릇으로 넘기지 말고 수면다원검사를 권해드립니다.

초기 신호 3 — 변비가 심해졌다

파킨슨 환자의 약 70~80%에서 변비가 동반되며, 운동 증상보다 15~20년 앞서 시작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장 신경계(enteric nervous system)에도 파킨슨 병변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연구에서는 파킨슨의 시작이 장에서 미주신경을 통해 뇌로 진행된다는 Braak 가설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식습관이나 다른 원인 없이 변비가 갑자기 심해졌다면 신경과적 시각에서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초기 신호 4 — 표정이 없어졌다는 말을 듣는다

본인은 모르지만 가족이 먼저 알아채는 증상입니다. "요즘 왜 이렇게 무표정이야?" "기분 안 좋아?"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됩니다.

얼굴 근육 움직임이 감소하는 이 증상을 가면 얼굴(masked face)이라고 합니다. 파킨슨 환자의 약 70%에서 나타나며, 우울증이나 성격 변화로 오해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는 얼굴 근육을 조절하는 신경 기능의 변화에서 비롯됩니다.

초기 신호 5 — 글씨가 점점 작아진다

글을 쓰다 보면 처음보다 글씨가 점점 작아지고 흘려집니다. 이것을 소자증(micrographia)이라고 합니다. 파킨슨 환자의 약 50~75%에서 나타나며, 팔의 세밀한 운동 조절이 서서히 변화하는 초기 신호입니다.

오래된 메모나 편지와 최근 필체를 비교해보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서명이나 일기 등을 꾸준히 써온 분이라면 이 변화를 알아채기가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 후각 저하

환자의 70~90%에서 나타나며 운동 증상보다 평균 10년 이상 앞서 발생

😴 REM수면행동장애

꿈 속 행동이 실제로 나타남. RBD 환자의 80~90%가 10~15년 내 신경퇴행성 질환 진행

🚽 변비

환자의 70~80%에서 동반. 운동 증상보다 15~20년 앞서 시작 가능

😐 가면 얼굴

얼굴 근육 움직임 감소. 환자의 약 70%에서 나타나며 우울증으로 오인 빈번

이 신호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 5가지 신호 중 하나가 해당된다고 해서 파킨슨병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각각의 증상은 다른 원인으로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특별한 이유 없이 이 중 2가지 이상이 해당된다면, 신경과 전문의에게 한 번 확인받아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파킨슨병은 일찍 발견할수록 삶의 질을 더 오래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 참고 문헌

  • Postuma RB et al. (2012). Identifying prodromal Parkinson's disease. Neurology 79(13):1428-1435
  • Schenck CH et al. (2013). REM sleep behavior disorder. Sleep Medicine 14(8):744-751
  • Braak H et al. (2003). Staging of brain pathology related to sporadic Parkinson's disease. Neurobiology of Aging 24(2):197-211
  • Tolosa E et al. (2021). Challenges in the diagnosis of Parkinson's disease. Lancet Neurology 20(5):385-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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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H

신경과 전문의 · 연세대 세브란스 출신 · 파킨슨·이상운동·기능의학 · NervLock 설립자

대한신경과학회 정회원 · 대한 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 학회 정회원 · 대한기능의학회 정회원. 본 칼럼은 의학적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인 진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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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신경과 전문의 함지현 원장이 직접 작성하였습니다.

  • 연세대 세브란스 출신 신경과 전문의
  • 대한신경과학회 정회원
  • 대한 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 학회 정회원
  • 대한기능의학회 정회원

※ 본 내용은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인 진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